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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증여한 자녀 불러들여 “실거주”…전세품귀 가중

  • 관리자 (jlcom)
  • 2020-11-17 09: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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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와 실거주의 잘못된 만남
집 물려받은 자녀, 세입자 내보내고
양도세 비과세 ‘2년 거주’ 활용까지

중저가 전세 매물 부족 심각
실수요 늘어 3억 이하는 추첨까지
“매입임대 주택도 경쟁 심해 탈락”
연합뉴스

“자산이 없으니 집 살 기회도 놓쳐버리고, 집주인한테 메뚜기처럼 쫓겨 다니는 게 처량해요. 쌍둥이 두 아들 자는 거 보면 꿋꿋하게 버텨야지 싶은데…. 자괴감이 많이 들어요.”

지난 12일 서울 성북구 상월곡동 ㄷ아파트 인근 카페에서 만난 ㅇ(47)씨는 스스로를 ‘전세난민’이라고 불렀다. 내년 1월이 전세 만기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의 수혜자가 될 거라 기대했던 그는 ‘딸이 실거주할 테니 나가라’는 집주인 한마디에 전세난민이 됐다. 2019년 1월 2억8천만원에 구했던 ㄷ아파트의 20평대 전세가격은 지난 8월 4억원을 찍었다. 1억5천만원을 대출받아 월 130만원씩 원리금을 상환하느라 쪼그라든 살림살이를 생각하면, 집주인 통보가 없더라도 더는 ㄷ아파트에서 살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ㅇ씨는 언론에 전세난민으로 소개되는 홍남기 부총리나 전세난의 단골 사례로 등장하는 강남권 10억원대 전세 세입자들에게 동질감을 느끼지 않았다. “홍남기 부총리는 저처럼 전세대출 많이 받아서 다닐 것 같지는 않은데요. 자기 집도 있고, 저하고는 입장이 다른 것 같아요. 강남권 고가 전세 세입자는 ‘전세귀족’이죠. 전세보증금이면 집 살 수 있잖아요.” 그는 전세난민에도 ‘등급’이 있다고 말했다. 세입자를 보호하는 임대차법(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뒤에도 왜 그는 주거 불안에 떨어야 할까.
 
 
증여와 실거주의 잘못된 만남에 전세품귀 가중


12일 오후 ㅇ씨가 사는 ㄷ아파트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는 저마다 ‘매물 구함’이라는 게시물을 붙이고 있었다. ㄷ아파트 인근에서 15년째 중개업소를 하고 있다는 ㄱ대표는 대기자 명단이 적힌 노트를 들여다보며 “지금처럼 전세 대기자가 많았던 적이 없다. 20평대는 15명, 30평대는 12명, 40평대는 9명”이라고 말했다. 급등한 집값에 매매를 미루고 전세로 돌아선 수요, 3기 새도시 청약 대기수요, 신혼부부 신규 수요 등 익히 알려진 전세난민 말고 ㄱ대표는 낯선 유형의 전세난민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임대인이 자녀들을 불러들여요. 그럼 세입자들이 비켜줘야 하잖아요. 이 사람들이 전세 살 집을 찾으니까 전세난이 더 가중되죠.” 지난 7월31일부터 시행된 새 임대차법은 ‘본인 또는 직계존비속의 실거주’를 세입자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한다.

임대차법이 인정한 이 실거주 사유는 다주택자들의 ‘증여 러시’와 맞물려 예상치 못한 전세 공급 부족 사태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ㅇ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집주인은 추석 이후 “큰딸이 기존에 전세 살던 다세대주택의 계약이 종료됐다. 큰딸이 실거주할 테니 나가라”고 갱신 거절 의사를 통보했다. 11월 초에는 큰딸이 내용증명도 보내왔다. ‘아파트를 증여받았으니 실거주하겠다’는 내용이었다. ㅇ씨가 등기부등본을 통해 소유관계를 확인해 본 결과, 큰딸이 전세로 살고 있다던 다세대주택은 집주인의 둘째 딸 소유였다. 전북에 사는 집주인은 2019년 12월20일 ㄷ아파트와 다세대주택을 각각 큰딸과 작은딸에게 증여했다.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는 내용의 12·16 대책이 발표된 직후의 일이었다.

특히 ‘실거주’ 조건은 아파트를 증여받은 자녀가 세입자를 퇴거시키고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채우는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 2017년 8·2 대책 때 1세대1주택의 9억원 이하 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이 기존 ‘보유 2년’에서 ‘거주 2년’으로 강화됐다. 일부 다주택자들은 거주 2년을 채울 타이밍으로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세입자들의 계약 갱신 시점을 택했다. 세입자 ㅇ씨에게 전월세상한제에 따라 전세보증금을 5% 증액해 받는 대신, 증여받은 자녀가 실거주할 경우 이 가족은 양도세를 물지 않고 양도차익을 고스란히 얻을 수 있다.



매매가격이 4억3천만원이었던 ㄷ아파트는 2년 만에 6억5천만원으로 급등했다. 역세권에 1천가구 규모인 ㄷ아파트는 전세 수요가 늘 몰리는 곳으로, 2년 뒤 큰딸이 퇴거할 때는 비싼 가격에 신규 전세계약을 맺어 유동자금을 확보할 수도 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증여를 받아 1세대1주택이 된 자녀들의 경우 2년 거주를 해야 나중에 매도를 할 때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다주택자들이 자녀나 친인척 증여를 통해 실거주를 하게 되니 일반 세입자들을 위한 전세 매물이 나오지 않는 매물 잠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증여받은 주택에 실거주하러 들어갈 경우 그 사람이 살던 주택이 전세 매물로 나와 상계가 되면 전세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가 있다”며 “현장에서 체크해보면 동거하고 있던 자녀나 친인척이 세대분리를 하면서 나가는 경우가 많고 자기가 살던 집을 전세로 내놓고 실거주하러 들어가는 케이스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아파트 거래 중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까지 4% 안팎을 오가다 2018년 9.6%로 두배 이상 급증했으며 올해는 9월까지 13.2%에 이른다. 증여 건수는 올해 9월까지 1만7364건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6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주택자 규제하는 만큼 공공임대 공급해야



전세 공급 부족이 심각한 것은 특히 중저가 전세다. 최근 줄 서서 전셋집을 보고, 추첨으로 세입자를 선정했다고 알려진 강서구 가양동의 ㄱ아파트는 임대차법 이전부터 진행되어온 중저가 전세 품귀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은 10평대는 1억7천만, 2억원대로 전세를 구할 수 있는 곳이지만 현재 매물이 없는 상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대표는 “기존 세입자가 거의 다 갱신을 했기 때문”이라면서도 “취득세 중과가 4주택부터였는데 7·10 대책 이후 2주택부터 적용되면서, 집을 사서 전세를 놓는 다주택자들의 발길이 끊겼다. 지금 거래가 되는 것은 매매 거래인데 실수요자들이 산다”고 했다. 실수요로 재편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이 과정에서 집을 살 자산이 없는 계층의 주거 안정에 필요한 전세 공급은 줄어든다. ㄱ아파트의 경우 2018년에는 임대 목적으로 주택을 구매한 비율이 72.7%, 실거주가 27.3%였으나 2020년 9월에는 실거주 비율이 42.9%로 늘었다.

ㅇ씨 역시 두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3억원 미만 전세는 주거사다리로서 절실하다. “3억 이하로 전세 얻을 만한 집들은 2017년, 2018년 제가 분가해서 처음 전셋집 구할 때도 귀했어요.” 3억원은 신혼부부의 경우 정부의 저금리 전세자금대출인 ‘버팀목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주택가격 상한선이다. ㄷ아파트의 20평대는 4억원을 찍었다. 4억은 2자녀를 둔 가정이 버팀목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한이다.

다주택자들의 갭투자로 굴러온 민간 임대차 시장은 때로는 매매 시장이 과열되고, 그 이후에는 전세가격이 폭등하는 방식으로 쳇바퀴처럼 반복된다. ㅇ씨는 정부의 매입임대주택 확대 정책을 고대하고 있다. “매입임대 조회를 다 해보고, 대여섯군데 찾아서 직접 가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좋은 곳은 경쟁이 치열해요. 매입임대는 다가구주택이나 빌라인데, 거기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도 차고 넘치는 거예요. 분기마다 지원했는데 번번이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 밀려서 탈락했어요. 매입임대도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요.”

그는 늦둥이 쌍둥이 두 아들의 장난감 투정을 당근마켓(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으로 달랜다고 했다. 그에게 전세난은 주거 불안뿐만 아니라 삶의 뿌리가 흔들리는 일이다. “민간 어린이집에 보낼 때는 한명에 25만원씩 들어가니까 50만원이잖아요. 이 아파트에선 국공립 어린이집을 보내면서 비용 부담을 많이 줄였는데, 이젠 집이 정말 걱정이에요. 전세난민에 대한 대책 좀 빨리 세워주세요.”

 

출처 - 한겨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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